동 행 (同行)
- 빨간우체통
나를 미행하던 시간을 불러
난간이 없는 다리위에 나란히 선다.
달변으로 흐르는 물위에서
오래된 의문문 하나가 튀어 오른다.
시간이 그러는 것처럼
나는 나의 끝을 알지 못한다.
매양 사소한 일거리라도
밤을 새우는 돌맹이 곁에서
시간과 내가 서로의 주소를 묻는다.
시간은
내가 홀로 되었을 때 옆자리에 산다고 했다.
나의 주소는
하루나 이틀쯤 걸어서 갈만한 곳이 아닌데도
그러면 그때
거기서 만나기로 하고
우리는 지나간 世紀처럼
악수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