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기차를 타보신적이 있나요?
시골 어느 낯선역을 목표로 목쉰듯한 기적소리를 지르며
끝없이 평행인 두줄의 철로를 따라 내딛는 기차를
당신은 정말 타보신적이 있나요?
자... 이옆에 앉으시오 나의 데이지여!
수많은 낮과 밤을 나그네의 마음을 부둥켜 않은채 흩매이던 당신과
이 덜커덩 거리는 기찻간에서
마음과 마음을 활짝열고 얘기해 봅시다..
당신은 이 덜커덩거리는 기차소리가 정다웁게 들리지 않습니까?
덜커덩 덜커덩 - - - - - -
낡은 기찻간에서만이 들을수 있는 정겨운 소리.
마음이 가난한 사람들의 창가에서
이들의 약한 가슴을 설레이게 만드는
깊은밤 귀뚜라미 울음도 좋지만
먼먼곳에 그리움과 아쉬움을 남기고 떠나가는듯한
낡은 기찻간의 덜커덩거리는 소리는
더욱더 달콤한 애상에 젖게하지 않습니까?
......당신은 아무말도 안하십니다그려.
하지만 당신의 그 생각많은 눈은
낡은 기찻간의 정겨운 리듬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는것 같군요.
아하, 벌써 가을이 가는군요..
차창에 언뜻언뜻 나타났다가는 스러져버리는
시골 들판의 풍경이 더욱더 느낌을 주고 있읍니다.
...전봇대,텅빈 들판,멀리 벌거벗기 시작하는 산등성이,
검붉은 단풍나무,쫓아 다니는 꼬마들,
옆으로 비스듬히 서있는 우스꽝스런 허수아비...
기차가 철교를 지나고,
굴을 지나고,
또 멀리 들판을 지나감에 따라
차창에 활동사진처럼 나타나는 시골풍경들은
우리의 잔잔한 가슴에 그대로 투영되어 이렇게
고운 상념들을 빚어냅니다.
당신은 나의 이유없는 고독을 아시겠죠?
먼 기차여행을 할때,
나즈막한 휘파람 소리를 들었을때,
황혼녘 반짝이며 흘러가는 파아란 강물을 보았을때
난 끝도 없고 해결책도 없는 깊은 상념에 젖어
이렇게 외로와지곤 하는 겁니다..
세상은 넓고,
아름다운 현실이 조수처럼 밀려오기도 하지만
달콤한 상념이나 슬픔에의 매혹따위가
작은 내가슴속을
거세게 휘저어놓고 달아나 버리는 것입니다..
이럴때면
세상은 온통 잿빛으로 보이고,
나는 사람이 홍수를 이루는
종로거리를,혜화동을,인사동을,삼청동 거리를 지치도록 걷고있는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됩니다..
당신은 가만히 웃으십니다 그려..
휴지처럼 뒹구는 낙엽에서 유추해낼수 있는
자연의 법칙과 운명에의 순종을 본받아
한때의 삶이 수반하는 막연한 그리움이나 동경을 떨치고
네자신의 현실에 정착하지 못하느냐고 나무라는 듯이
당신은 웃고 있읍니다.. 그려..
하지만 당신은 알것입니다..
우리들의 생이 일으키는 파문들은
이미 놓여진 철로위를 달리기만 하면 되는
기차처럼 그렇게 단순치를 못하며
우리의 채 여물지 못한 가슴은 끝없이 변화를 갈망하며
방랑에 매혹당하기 쉽다는 것을...
나의 데이지여!
나는 때때로 내자신이
슬픈 삐에로처럼 느껴질때가 많습니다.
관객을 웃겨야만 하는 어릿광대 삐에로의 운명처럼
많은 사람들이 내게 걸고있는 기대를 충족시키기 위해
진력나고 따분한..
내가 생각하기엔 그럴만한 가치도 없는 일에
여러번 몰두해보려고 시도할때,
난 어머니의 죽음에 대한 소식을 방금 듣고서도
관객앞에서 우스게 소리를 해대며
공중곡예를 해야만 하는 삐에로의 숨은 눈물을
고스란히 이해할 수 있을것만 같은
내자신을 느끼는 것입니다.
기차는
조그마한 일에도 자극받아
고민하고,밤을 지새우고,눈물흘리는
풋내기 생을 싣고 황혼녘을 덜컹거리며 달리고 있습니다.
당신은 기차를 타보신적이 있습니까?
당신이 기차를 타보셨다면,
이 황혼녘이 가져다 주는
서정을 이해할 수 있을 거외다......
특급열차 속에서 - 산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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