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우체통77 2017. 2. 3. 09:03




서 시


내가

말을 하다 그치면

소슬한 내 사랑의 나머지는

마음 속의 그대 맑은 목숨으로

맞아들인다.


정녕

우리의 사랑을 위하여서는

도적처럼 神의 화원에서

꽃을 꺾어

그대 고운 가르마에 드리우고

불붙은 시절은 가서

번개처럼 금이 가고 말아서

눈이 밝은 그분의

가슴께까지 죄를 짓는

피흘리는 목숨의 마지막 용기로라도

뜨거운 입맞춤을 살아야 한다.


때로 혼자됨은

눈 내리는 세월의 가지끝에

영혼의 속옷을 걸어 두고 걷는

시려운 밤길 같은 거.


그런 날에도

소록히 바람 이울어 닦이는

별은 기도문 몇줄로 내리느니


마음 가까이 두는 밤에도

먼 곳에 따로이 사는 그대.


묻고싶네.

실같이 가느란 사랑 앞에서도

그대 나처럼 말을 그쳐버린 적이

있었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