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우체통77
2017. 1. 23. 09:30
편지
소리가 나지 않는 말.
뼈를 맞추어 놓았어요.
흰 옷섶 곱게 접어
시린 바람이 안들도록
입술로 담뿍 봉(封)해 놓은
버선발이어요.
밤의 검은 명주실
한 올씩 풀어
가년한 등불을 깁고 있다가
당신 앞에 이르러 옷을 벗는
처녀이어요.
소식처럼 구겨오는
앞구비 뒷구비 여울가에
치마폭 주름마다
젖은 달빛을 담아두고는
남몰래
마름질한 달빛가락으로
날인하는 그리움.
항시 보내드리면서도
주소는 꼬옥 적어 놓아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