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y Story ○/미르의 詩

비구상전(非具象展)

빨간우체통77 2017. 2. 27. 02:30




비구상전(非具象展)


몇개의 낱말들이 놀고 있다.

희부연한 안개를 움켜쥐고

물구나무 선 놈도 있고,

황달들린 하늘을 베고

낮잠을 즐기는 놈도 있고,

그래도 나이는 먹어

더러는 주름진 얼굴이고,

청바빛 이끼가 돋아난

가슴도 있다.

네모난 자유의 창 밖에는

소란한 일상이 질주하는 한 낮.

자유에 지친 낱말들이

얼룩진 하루를 뒹굴고 있다.


Pachelbel (파헬벨) - Canon